알프스를 향한 4개의 렌즈 (1편) – 190707

 

렌즈야 놀자 190707
글.사진: 유 재 력
알프스를 향한 4개의 렌즈 (1편)
-작은 삼양 12mm f2의 큰 위력-

처음 가는 유럽 여행에 알프스(Alps)라는 거대한 대상을 담는 사진작업이라 나 자신도 흥분되어 있다.
우선 작고 가벼운 6만원에 구한 중국제 삼각대를 챙겼다.
Nikon D810에는 Nikkor 28-105mm f3.5-4,5와 Nikkor 75-300mm f4.5-5.6를 맞추어 백팩(back pack) Sirui Urban Walker BP 15에 담았다. 그리고 Sony A6000과 Samyang 12mm f2, Samyang 8mm f2.8 fisheye를 위하여 Lowepro passport duo라는 허리에도 차고 백팩으로도 이용할 수 있는 작은 가방을 허리에 둘렀다.
카메라 장비는 작고 적고 가벼워야 한다는 내 원칙에 최선의 선택이다.
사진여행에 카메라 장비만 신경쓰다보면 여권과 기타 중요한 서류와 지갑을 등한이 할 수 있어 이동시에는 Sony 카메라와 렌즈도 백팩으로 옮기고 허리가방에는 여권과 지갑, 탑승권을 보관했다.

이 만욱 작가를 단장으로 국내외 사진여행을 전문으로 하는 한국비경촬영단의 단원 8명과 나까지 9명의 인원이 구성되어 6월 25일 부터 7월 5일 까지의 여행을 시작했다.

이번 사진여행의 목적지는 알프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3곳, 스위스의 융프라우(Jungfraujoch)와 마테호른(Matterhorn), 프랑스의 몽블랑(Mont Blanc)이다.
12시간의 비행으로 도착한 곳은 스위스의 인터라켄(Interlaken OST), 도착 다음날인 26일 우리는 융프라우의 정상을 잘 볼 수 있는 스핑크스전망대(Sphinx-Observatorium)로 향했다. 인터라켄에서 융프라우 역까지는 그 유명한 스위스의 톱니 기차로 오르고 전망대까지 다시 케이블로 된 엘리베이터로 오르는 스릴 있고 아찔한 여행이다.
엘리베이터로 오르는 동안 허리에 맨 가방에서 꺼낸 Samyang 12mm f2는 고도를 달리 할 때마다 변하는 아름다운 알프스 경관에 계속 불을 뿜었지만 플라스틱으로 된 창문의 험 집과 반사로 쓸 만한 결과는 없었다. 그림 같은 풍경들이지만 역시 엽서에서 본 사진 같은 느낌이다.
27일 융프라우의 또 다른 모습을 보기 위해 그린델발트(Grindelwalt)로 향했다.
그린델발트(Grindelwalt)는 장관이다.
알프스의 노란 고산 봄꽃 사이로 보는 융프라우의 위용과 그 산을 뒤로한 마을 전경은 크롭 바디 인 Sony A6000에 12mm가 적격이다.
광각렌즈는 넓게 찍기 위한 렌즈로 만 착각하기 쉽다. 그러나 광각렌즈는 화각을 넓게 하는 이점 이 외에 깊은 심도를 이용하여 근접촬영을 용이하게 하는 장점을 갖고 있다.
특히 크롭 바디 카메라에서 초 광각렌즈는 그 이점을 더욱 활용 할 수 있다.
F2 라는 밟은 조리개 값을 갖고 있는 Samyang 12mm f2는 근접에서 F2로 뒤를 아름답게 뭉갤 수 있는 능력도 갖고 있지만 마침 밟게 갠 푸른 하늘의 융프라우를 바라보는 이곳에선 ISO200에 조리개 F11으로 하고 MF의 초점거리를 1m에서 무한대 쪽으로 2mm 정도 이동하여 맞추면 50cm에서 무한대 까지 모든 초점이 맞는다. 즉 렌즈 앞의 근접한 꽃과 그 뒤로 펼쳐지는 무한대의 풍경이 같은 초점 안에 들어 올 수 있는 것이다.
융프라우의 그 자체 산의 모습은 나에게 그리 매력적이지 않다. 그러나 그 융프라우를 바라 보는 곳과 그 주위의 경관은 과연 듣던 대로 알프스다.
정확한 구도가 필요 해 삼각대를 사용 할 경우도 있으나 이 작은 Sony와 12mm에는 그냥 손에 든 캔디드(candid) 촬영이 바람직했다.
앞에 작은 꽃을 깔고 좌우 앞 뒤 움직여 조금 식 구도를 바꾸어 찍어 보는 것도 초 광각렌즈에서는 유리한 점이다. 그리고 12mm 같은 초 광각에는 초점을 정확히 맞추는 신경을 쓸 필요가 없으므로 좀 더 구도에 시간을 쓸 여유가 있다.
삼각대를 사용하면 얕은 앵글과 미세한 앵글 조정에서 시간 낭비가 있다. 흔들림에 자신이 없으면 ISO를 400으로 올려도 얼마든지 좋은 사진을 얻을 수 있다.

사진가에게 알프스는 마테호른(Matterhorn)이다. 이리 봐도 예쁘고 저리 봐도 예쁘다.
마테호른에 가기 위해선 인터라켄에서 기차를 2번 갈아타고 체르마트(Zermatt)로 가야한다.
청정도시 체르마트는 모든 차가 전기차이다. 트렁크 10개와 8명의 승객도 도 함께 탈 수 있는 택시도 전기 차다.
마테호른을 보기 위해선 유럽에서 가장 높은 전망대 해발 3,883m 높이의 글레이셔 파라다이스(Glacier Paradis)를 콘도라 케이블카로 올라야 한다.
시차도 아직 적응되지 않은 상태에서 4,000m 가까운 고산지대의 전망대는 조금은 멍하게 만든다. 그러나 카메라를 든 손은 멍하지 않다.
펼쳐진 초원지대와 아름다운 호수들은 카메라에서 눈을 못 떼게 한다.

Sony A6000의 결점은 어둡고 선명하지 않은 모니터에 있다. 아이레벨 파인더(Eye level view finder)가 있어 다행이지만 표준이나 망원 렌즈를 모니터를 통해 수동으로 초점을 맞춘다면 알프스 정상같이 밝은 곳에서는 힘들다.
그러나 이 카메라에 초 광각만 쓰는 나의 경우는 거리는 수동으로 미리 고정하고 뷰파인더로 구도만 보고 찍으면 자동 초점보다 빠르다.
또한 이 카메라는 촬영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접촉 되는 카메라 뒤 면의 버튼들이 눌러져 노출이 + 로 또는 – 로 쉽게 변할 수 있어 조심해야 한다.
원래 삼양의 8mm 어안과 12mm 광각은 삼성 NX1과 NX500에 쓰던 것을 마운트를 바꾸어 Sony에 쓰고 있다. 거의 같은 시기에 나온 삼성과 Sony지만 삼성에 비해 사용면에서 Sony가 많이 불편하다. 그러나 수동초점 렌즈만 이 카메라에 쓰는 나에겐 만족스럽고 사진의 결과물도 삼성 NX500보다 좀 차이가 있지만 그리 나쁘지 않다.
밀러리스가 대세이고 풀 보디가 시장을 이끌지만 과연 비교 분석과 실용 면에서 풀 바디만 정답일 까는 의문이다. 조금은 불편하지만 크롭 바디의 Sony A6000은 롱런하는 인기 품이고 가격 대비 불만 없이 쓸 수 있다.
결과물의 책임은 카메라가 아니고 셔터를 누르는 손가락의 임자이다.

마테호른의 석양과 일출은 장관이다. 이 촬영은 삼각대가 필수인데 6만 원짜리 중국산 삼각대는 잘못 된 선택이다. 가볍고 편하기 위한 내 선택은 너무 안일했다. 있는 힘을 다해 조여도 흔들거리고 정확한 앵글을 잡고 조이다 보면 앵글은 다시 빗나간다.
허리에 찬 가방엔 Sony A6000에 삼양12mm f2와 함께 항상 8mm 어안이 대기하고 있어 넓은 알프스 초원과 아름다운 꽃들을 담는데 어려움이 없었다.
다만 누구나 이곳에 오면 다 담았을 이 아름다움을 어떻게 나만의 것으로 만드느냐는 부족한 내 능력을 겨누어 봐야 할 것 같다. (계속)

* 10일 간의 긴 사진여행에 무거운 내 짐과 안내를 돌봐 준 이 만욱 단장 노고에 감사한다.